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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정보

술 마실 때 얼굴이 빨개지는 이유 (알코올, 혈관 확장, 유전)

by The Lazy 2025. 3. 24.

술을 마실 때 유독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체질적인 반응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알코올 대사 과정에서 특정 효소의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술을 마시면 왜 얼굴이 붉어지는지, 이것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음주 중 혈관확장
음주 중 홍조

1. 알코올과 혈관 확장의 관계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지는 가장 흔한 원인은 혈관 확장 때문입니다. 알코올은 혈관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적은 양의 술을 마셔도 피부 표면의 혈류량이 증가하면서 얼굴이 붉어질 수 있습니다.

 

알코올이 혈관에 미치는 영향

알코올이 체내에 들어오면 혈관 확장제(vasodilator) 역할을 합니다. 즉, 혈관이 일시적으로 확장되면서 피부 표면의 혈류량이 증가하게 됩니다. 특히 얼굴이나 목 주변의 모세혈관이 확장되면서 홍조 현상이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얼굴뿐만 아니라 귀나 목까지 붉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술을 마시면 신체가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피부의 혈류를 증가시키는데, 이는 체내 열을 방출하려는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얼굴이 더욱 빨개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알코올과 교감신경 활성화

술을 마실 때 교감신경(sympathetic nervous system) 이 자극되는 것도 얼굴이 붉어지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교감신경은 신체의 '싸우거나 도망치는(fight or flight)' 반응을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이걸로 교감이 잘 되는 건 아닌가 봅니다.). 알코올이 들어오면 이 신경이 활성화되어 심박수 증가, 혈압 상승, 땀 분비 증가 등의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신체 변화로 인해 얼굴이 더욱 빨개질 수 있습니다.

 

2. 유전적 요인과 알코올 분해 효소

얼굴이 빨개지는 현상은 단순한 혈관 반응을 넘어서, 유전적인 요인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특정 유전자 변이로 인해 알코올 대사가 원활하지 않으면 얼굴이 더 빨갛게 변할 수 있습니다.

알코올 대사 과정

우리 몸은 술을 마시면 아래와 같은 두 가지 주요 효소를 이용하여 알코올을 분해합니다.

  • 알코올 탈수소효소(ADH, Alcohol Dehydrogenase): 술을 마시면 알코올(에탄올)이 먼저 아세트알데하이드(Acetaldehyde)라는 독성 물질로 변환됩니다.
  • 알데하이드 탈수소효소(ALDH2, Aldehyde Dehydrogenase 2): 아세트알데하이드는 독성이 강한 물질이므로, 이를 신속하게 무해한 아세트산(Acetic acid)으로 변환하여 몸 밖으로 배출해야 합니다.

 

ALDH2 유전자 변이와 얼굴 홍조

문제는 일부 사람들이 ALDH2 효소의 활성이 낮거나 거의 없는 경우입니다. 이러한 유전적 특징을 가진 사람들은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제대로 분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몸에 독성이 강한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축적됩니다. 그 결과 얼굴이 붉어지고, 심장이 두근거리며, 심한 경우 두통, 메스꺼움, 구토까지 동반될 수 있습니다.

특히, 동아시아인(한국, 일본, 중국 등)의 약 30~50%가 ALDH2 효소의 변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서양인보다 동양인이 술을 마셨을 때 얼굴이 더 빨개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3.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완화하는 방법

1) 음주 속도를 조절하기

술을 빠르게 마시면 체내 알코올 농도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빠르게 축적됩니다. 따라서 천천히 마시면 몸이 알코올을 분해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 얼굴이 덜 붉어질 수 있습니다.

 

2) 음식과 함께 마시기

빈속에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빠르게 흡수되어 얼굴이 더욱 빨개질 수 있습니다.

  • 단백질이나 지방이 풍부한 음식을 함께 섭취하면 알코올 흡수 속도를 늦출 수 있습니다.
  • 예를 들어, 고기, 치즈, 견과류 등을 함께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3)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 선택하기

  • 도수가 높은 술(소주, 위스키, 보드카 등)은 혈중 알코올 농도를 빠르게 높여 얼굴이 더욱 붉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 반면, 맥주나 와인처럼 도수가 낮은 술을 선택하면 얼굴이 덜 붉어질 수 있습니다.

 

4) 체질을 고려하여 적정량만 섭취하기

  • 자신의 체질을 잘 이해하고, 적정량의 술만 섭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얼굴이 너무 빨개지고 두통이나 구토 증상이 동반된다면 자신의 몸이 술을 잘 분해하지 못한다는 신호일 수 있으므로, 음주량을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5) 항히스타민제 복용 (주의 필요)

  • 일부 사람들은 술을 마시기 전에 항히스타민제(예: 펙소페나딘, 로라타딘 등)를 복용하면 홍조가 줄어든다고 보고합니다.
  •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며, 오히려 간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의사와 상담 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결론

술을 마실 때 얼굴이 빨개지는 것은 단순한 체질적 차이가 아니라, 혈관 확장, 알코올 분해 효소 부족, 유전적 요인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특히, ALDH2 효소가 부족한 사람들은 아세트알데하이드를 효과적으로 분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얼굴이 더욱 빨개지고 숙취가 심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만약 얼굴이 심하게 붉어지고 두통이나 메스꺼움이 동반된다면, 이는 몸에서 보내는 경고 신호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체질을 잘 이해하고 적절한 음주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입니다.